여름 정원에서 곧게 뻗은 꽃대에 작은 꽃이 촘촘히 달려 흔들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면, 그 꽃은 베로니카일 가능성이 높다. 장미나 작약처럼 한 송이만으로 존재감을 내는 꽃은 아니지만 꽃다발 안에서 다른 꽃의 높이와 흐름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베로니카는 화려함보다 균형을 만드는 꽃이다. 이름에 담긴 충실함과 성실함이라는 뜻처럼, 꽃다발에서도 주인공을 드러내기보다 전체를 완성하는 쪽에 가깝다. 어떤 꽃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상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베로니카를 제대로 알아두면 꽃다발을 고르는 기준도 선명해진다.
베로니카는 어떤 꽃인가
영문명은 Veronica 또는 Speedwell(스피드웰)이며, 학명은 Veronica spicata다. 질경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유럽과 서아시아의 온대 지역이 원산이다. 이름은 예수의 얼굴을 닦아준 성 베로니카에서 유래했다. 영어 이름 스피드웰은 여정의 성공을 비는 옛 인사말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 영문명
- Veronica, Speedwell
- 학명
- Veronica spicata
- 원산지
- 유럽, 서아시아
- 자연개화
- 6~8월
- 성수기
- 계절에 따라 달라짐
- 국내유통
- 1~12월
- 꽃형태
- 곧게 선 꽃대에 작은 별 모양 꽃이 촘촘히 달려 이삭 모양을 이루는 수상화서
- 향
- 거의 없음
미국 미주리식물원 자료에 따르면 자생지에서는 6월부터 8월 사이, 초여름에서 늦여름에 걸쳐 곧게 선 꽃대에 꽃이 핀다. 국내 꽃집에서는 온실 재배 덕분에 계절 구분 없이 연중 유통되어 다른 절화보다 구하기 쉬운 편이다. 꽃대 하나에 작은 별 모양 꽃이 아래에서 위로 순서대로 피어 이삭 모양을 이룬다. 향은 거의 없다.
베로니카의 꽃말과 색상별 의미
베로니카의 꽃말은 충실과 성실이다. 한 방향을 향해 곧게 뻗은 꽃대를 바꾸지 않고 끝까지 피워내는 모습이 이 의미와 겹친다. 서양에서는 성 베로니카의 일화에서 신의와 헌신을 읽어낸다. 영어권에서는 스피드웰이라는 이름 자체를 여행자의 안전과 성공을 비는 인사말로 썼다. 같은 꽃을 두고 신앙적 충실함과 실용적 응원이라는 서로 다른 맥락이 쌓인 셈이다.
- 대표 꽃말
- 충실 · 성실
색은 파란색과 보라색 계열이 가장 흔하다. 분홍색과 흰색 품종도 유통된다. 파란색과 보라색은 차분하고 신뢰감 있는 인상을 주어 화려한 축하보다 위로나 격려의 자리에 어울린다. 흰색과 분홍색은 부드러운 인상이라 웨딩부케나 축하 꽃다발에 무난하게 섞인다.
꽃다발에서 베로니카를 활용하는 방법
베로니카는 꽃다발에서 라인 소재로 쓰인다. 장미나 작약, 라넌큘러스 같은 포컬 꽃 사이에 세로로 꽂으면 다발 전체에 높낮이와 움직임이 생긴다. 자칫 밋밋해지기 쉬운 라운드 다발에 자연스러운 리듬을 더하는 식이다. 초록빛 잎을 살려서 꽂으면 들꽃 느낌이 강해지는 반면, 잎을 정리하고 꽃대만 남기면 정제된 인상으로 바뀐다.
- 꽃다발 역할
- 선을 만드는 꽃
- 추천 선물
- 기념일 · 웨딩 · 프러포즈
충실과 성실이라는 꽃말 덕분에 결혼기념일이나 프러포즈, 오래 함께한 사람에게 건네는 선물로 특히 잘 맞는다. 유칼립투스 같은 잎 소재와 맞추면 차분한 무드가 산다. 리시안셔스나 델피늄과 섞으면 파스텔 톤의 자연스러운 부케가 완성된다.
베로니카를 오래 감상하는 관리법
- 화병 수명
- 보통 7~14일
- 피어나는 방식
- 아래쪽 꽃부터 순서대로 피며, 기온이 낮으면 개화 속도가 느려진다
받은 직후
받은 즉시 줄기 끝을 물속에서 사선으로 잘라 절단면을 넓혀준다. 물에 잠기는 부분의 잎은 모두 제거해야 물이 빨리 상하지 않는다. 미국 절화 관리 기업 플로라라이프에 따르면 베로니카는 물을 유난히 많이 빨아들이는 꽃이라, 꽃병에 물을 넉넉히 채우고 직사광선과 난방기 근처를 피해 서늘한 곳에 둔다.
물갈이와 보관
물은 하루 한 번 갈아주며, 갈아줄 때마다 줄기 끝을 다시 사선으로 잘라준다. 보관 적정 온도는 1도에서 3도 사이로, 가정에서는 서늘한 베란다나 현관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익어가는 과일 근처에 두면 과일에서 나오는 에틸렌 가스 때문에 꽃이 빨리 시드니 주방의 과일 바구니 옆은 피한다.
봉오리가 피지 않거나 꽃목이 꺾일 때
기온이 낮으면 봉오리가 잘 벌어지지 않는데, 실내 온도를 살짝 올려주면 개화 속도가 빨라진다. 눕혀서 보관하면 꽃대 끝이 중력 반대 방향으로 휘는 굴광성이 나타나므로, 꽃병에 세워 두는 것만으로 꽃대가 휘는 문제를 막을 수 있다. 꽃목이 꺾였다면 수분 부족일 가능성이 크므로, 줄기를 다시 잘라 따뜻한 물에 30분 정도 담가 흡수를 돕는다.
주의사항과 비슷한 꽃
미국 동물학대방지협회 목록에서도 베로니카는 강아지와 고양이 모두에게 안전한 식물로 분류된다. 다량으로 씹어 먹으면 다른 식물과 마찬가지로 가벼운 소화기 자극이 있을 수 있지만 심각한 중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비슷한 세로형 꽃으로는 델피늄, 리아트리스, 샐비어, 스톡이 있다. 델피늄은 꽃송이가 크고 성글게 달려 화려하다. 리아트리스는 솜털처럼 부드러운 질감이라 더 자연스럽다. 샐비어는 꽃대가 가늘고 색이 짙어 포인트로 쓰기 좋은 반면, 스톡은 꽃이 겹겹이 뭉쳐 있어 더 풍성해 보인다. 베로니카는 이 중에서 가장 정갈하고 단정한 인상을 남긴다.
참고·출처
Veronica — FloraLife
Veronica: Troubleshooting — FloraLife
Veronica spicata — Missouri Botanical Garden
베로니카 꽃말과 특징 — 어니스트플라워
Are Speedwell Poisonous — Plant Addicts
Veronica longifolia — Wikipedia